죠니 죠스타 드림 존재론-사랑, 그 역학 관계에 대하여

모든 세계의 리스 아이작은 죠니 죠스타, 너를 좋아하고 있다.

 

그 말에 죠니 죠스타의 손끝이 잠시간 머뭇거린 이유를 죠니 죠스타 스스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다른 세계의 리스 아이작을 데리고 오겠다는 그 협상에, 어째서 죠니 죠스타의 손끝은 물론이고 온몸의 말단이 다 저릿거렸는지…… 정말로 죠니 죠스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세계의 모든 리스 아이작을 데리고 온다고 한들 지금-여기, 바로 여기에서 죠니 죠스타와 함께한 리스 아이작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죠니 죠스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리스 아이작을 만나고 싶었으니까. 모든 세계의 리스 아이작이 죠니 죠스타와 친하다면, 지금-여기, 죠니 죠스타와 여러 겹의 감정을, 우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작고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큰,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켜켜이 쌓아 왔던 그 리스 아이작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았으니까.

 

 

빠르게 빠져드는 우리 사이가

서로를 다치게 할 수 있단 걸 알았지만

내가 망가진다 해도 괜찮았어…… ∞)

 

 

유감스럽게도, 아니, 어쩌면 필연적으로 리스 아이작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단 하나의 명징한 사실을, 여태 마음속 깊은 저변에 묻어 두었던 단 하나의 확고부동을 마지막 숨과 함께 토해 냈다. 어쩌면 내가 네게 품은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내 목숨보다 더 너를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내가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이 사치스러운 공기보다, 너를 더. 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게 하는 목숨보다, 너를 더……. 죽음을 목전에 두어 오는 질식감보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얼굴이 죠니 죠스타의 얼굴이라는 사실에 온몸의 모든 구멍이 죄다 막혀 버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래,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이 아닐 수가……. 너로 인해 나는 매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했다고. 그러면서도 종종 알 수 없는 숨 막힘이 찾아들었다고. 모든 때 너와 함께 자유라는 그 관념뿐인 관념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직접 몸으로 느낀 사람이 되었었다고. 그런데 아주 가끔씩, 너를 떠올리면 목 부근이 빠듯하게 조이는 기분도 덩달아 느꼈다고. 그럼에도 모든 것이 정말로, 정말로 달가웠으며 달가운 것을 넘어 괜찮았다고. 이 말을 직접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다. 하지만 말할 수 있었어도 리스 아이작은, 이런 너저분하고 초라한 고백을 죠니 죠스타에게 전할 리 없었다.

 

그래서 대신, 부메랑을 던졌다. 그 어떤 세계에서도 죠니 죠스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리스 아이작과 함께. 어떤 식으로라든 죠니 씨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나라면 가능할 거야. 괜찮을 거야. 설령 지금의 내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죠니 씨에게 행복을 찾아다 줄 수 있다면 또 다른 내가 아니더라도, 천사의 탈을 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어. 애초부터 죠니 씨에게 행복을 찾아다 줄 수 있다면 그때부터 그 존재는 악마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악마라고 해도, 리스 아이작에게는 유일하게 선한 신이었다.

 

리스 아이작과 다른 세계의 리스 아이작이 던진 두 개의 부메랑은 완벽한 뫼비우스 띠의 형태를 그렸다. 그 부메랑은 그의 목숨을 끊어 놓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최후의 최후까지, 그 끝까지. 마치 이 사랑처럼.

 

 

빠르게 빠져든 우리 사이의 결말은

결국 충돌이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망가진다 해도 상관없었어……∞)

 

 

당신을 100 퍼센트 믿겠지만, 1 퍼센트 더 믿고 싶어. 죠니 죠스타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적어도 나보다는 옳은 삶을 살고 있다고. 적어도 마이너스인 나보다 제로, 아니, 제로를 넘어 플러스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마이너스를 열심히 수복해 봐야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을 제로로 삼은 나보다는……. 이는 스스로를 격하시키거나 부정하는 자기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아니었다. 죠니 죠스타에게는 그 어떤 가치 판단도 개입시키지 않은 진실, 그와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그 1 퍼센트의 믿음을 더 얹어 준 믿음은 보기 좋게 배반당했다. 그가 죠니 죠스타에게 내보인 협상은 거짓이었다. 그때 죠니 죠스타가 느낀 감정은 배신감도, 허무함도, 분노도, 냉소도 아니었다.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죠니 죠스타의 가슴팍 아래에서 뻑적지근하고 소란스럽게 소용돌이쳤다. 나는 이런 감정 같은 건 알지 못하는데.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데. 단순히 그의 협상이 거짓이었어서 드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도무지…… 도대체, 왜……?

 

 

아프겠지만 전부 내 탓이야

진실을 외면한 건 나니까

그 사랑의 취기가 머릿속을 어지럽혀도

너를 잊는 일은 없어∞)

 

 

그의 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을 때, 그제서야 리스 아이작의 부메랑은 회전하기를 멈추었다. 회전을 멈춘 리스 아이작의 부메랑을 손에 쥐자 죠니 죠스타는 파도처럼 덮쳐 오는 감정이라는 것이 비단 표현적인 차원에 국한된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거세게 덮쳐 오는 감정을 이길 수 없어 바닥에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단순히 걸을 수 없어서 그렇게 바닥 위로 웅크린 것이 아니었다. 매번 울던 것과는 규모도, 깊이도 달라서 어떻게든 몸을 지면에 붙이고 작게, 더 작게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이 감정에 떠밀려 내려갈 것 같았다. 마치 아기가 태어났을 때 기도氣道를 확보하기 위해 크게 첫 울음을 터뜨려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본능적으로. 세상에 태어난 첫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 위한 원초성으로. 혹은 이 세상에 타의로 내던져졌다는 분개심으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메랑을 꽉 쥔 손이 정도도 모르고 한심하게 떨렸다.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몸에 존재하는 모든 수분을 말려 버리기라도 할 듯 계속해서 울었다. 흡수할 수 있는 총량을 넘겨 바닥으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한 눈물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나는 아직 너에게 진 빚을 전부 갚지도 못했는데. 갚을 수도 없는 빚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 조금이나마라도 갚지 못했는데…….

 

잠시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들면 어쩐지 익숙한 발과 다리가 보였다. 의아함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들면 리스 아이작이 보였다. 분명 그럴 리 없었다. 그럴 리 없었는데도, 그렇기에 죠니 죠스타는 단번에 알았다. 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리스의 영혼이구나, 하고. 어떠한 상식을 너무 크게 벗어난 일은 오히려 실제로 벌어졌을 때 아무런 의문 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죠니 씨, 끝은 반드시 마이너스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죠니 죠스타는 그 말에 대답하거나 되묻거나 하지 않고 그 말이 향하는 끝을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여전히 온 얼굴은 눈물이 만들어 낸 길로 죄다 얼룩져 있었다.

 

저는 죠니 씨와 함께여서 후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리스 아이작이 그 말을 마치고 죠니 죠스타가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때, 죠니 죠스타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리스 아이작이 없었던 아까의 정경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리스 아이작만이 없는 그 정경이. 모든 것은 그대로고, 리스 아이작만이…….

 

 

나 이제는 알겠어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던 거야

너도 나도 알잖아

우리 관계가 가져올 결말은 단 하나란 걸

넌 타오르는 불이고, 난 기름이야∞)

 

 

죠니 죠스타는 스틸 볼 런 레이스에서 탈락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이전에도 스스로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두 발을 지면 위로 딛으며 걷는 감각이 생경했다. 낯설었다. 예전, 두 발로 걸을 때와는 분명히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달라졌다는 것만큼은 죠니 죠스타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목전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기분 좋게, 그토록이나 다정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공평하게 바다에마저 드리우며 이는 물비늘에 조금은 눈가가 아렸다. 다시는 회전할 일 없이 얌전한 부메랑을 손으로 감싼 채 갑판 위에 서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끝이 나지 않지만 지구가 둥근 탓에 수평선으로 시야에서는 끝이 났다. 죠니 죠스타는 계속해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수평선 너머가 보이기라도 할 것처럼. 영영 끝이 나지 않는 바다를 전부 볼 수 있을 것처럼.

 

리스, 너는 어째서 나에게 그렇게나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어 했어? 유해를 모아서 나한테 주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건 곧 나한테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말과 다른 말이 아니었잖아. 플러스에 한없이 가까운 네가 왜 마이너스인 나한테 쓸데도 없이 잘해 줬어? 아무리 팬보이라고 해도…… 그때의 나는 네가 팬을 자처할 만큼의 내가 아니었는데도. 나 있잖아, 나를 좋아하는 너라면 다른 세계의 리스 아이작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어째서, 정말 어째서 모든 세계의 리스 아이작은 나를 변함없이, 세계가 달라져도 좋아할 수 있었을까? 그건 곧 내가 어떤 나여도, 어떤 너여도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는 거잖아? 계속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어. 그 대신 하나를 깨달았어. 그 어떤 세계의 네가 나를 좋아하더라도, 내가 계속해서 보고 싶었던 것은 늘 내 옆에 있던,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의 너라는 거……. 이제 내 옆에 네가 없더라도, 그가 다른 세계의 너를 데리고 와 줄 수 있다고 해도, 나는 다른 세계의 리스 아이작을 너로 대할 수 없을 거야. 우리는 이 세계에서 같이 숨 쉬어 왔잖아. 그러니까 나에게 플러스인 건 오로지 나와 같이 이 세계에서 숨 쉬어 왔던 리스 아이작뿐이라고. 그런 너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설령 다른 세계의 너라도 있을 수 없다고. 이 끝이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했던 너의 말을 아마 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나 역시 너와 함께여서 후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너와 함께가 아닌 지금마저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죠니 죠스타는 부메랑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렇게 쥐어도 부메랑은 부서질 일 없으니 괜찮았다.

 

 

목숨보다 널 사랑했으니까

정말 죽을 만큼

나보다 널 사랑했어∞)

 

 

리스, 너 말이야. 혹시 나를…….

 

사랑했어?

 

파도가 배에 부딪혀 쉴 새 없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었다. 무언가가 깨지는 파열음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상냥한 부서짐이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대답 없는 바다를 눈에 담으며 죠니 죠스타는 부메랑만을 매만질 뿐이었다. 계속해서 손에 쥐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체온이 옮겨 가 온난한 온도를 머금게 된 그 부메랑을.

 

∞) Charlie Puth, Dangerou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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